지구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사람들은 여름이면 더위를 못 이겨내 에어컨을 틀어댑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료들은 소비를 하면서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이것이 온실효과를 내어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해가 더할수록 한여름 더위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더 더워지고 있습니다.
한여름 논두렁을 걸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여름 뙤약볕에도 논 주위는 상쾌한 느낌이 납니다. 논이 머금고 있는 물들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 갑니다. 그리고 벼의 증산작용으로 인한 물의 기화작용은 더 많은 물을 수증기로 증발시켜 버립니다. 논 1ha(3000평)가 기화시키는 물은 석유 17만 리터를 써야 증발시킬 수 있는 양입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써야할 일은 논은 자연적으로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논 1ha의 벼들은 한여름 광합성을 통해 알곡을 맺으면서, 22톤의 이산화탄소를 먹어댑니다. 그리고 16톤의 산소를 내어 놓습니다. 논은 이렇게 지구온난화를 막는 막대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작되는 논의 면적 20여 년 전 122만ha를 정점으로 점점 줄기 시작해 이제 100만ha로 안 되는 상황입니다. 개발로 인한 감소와 농사를 포기하고 미경작가 되는 경우가 가장 큰 감소의 원인입니다.
우리나라 일 년 쌀 생산량은 약 9조원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논의 다양한 가치를 2006년 농진청에서 조사한 결과 홍수예방, 대기정화, 수질정화 등 년 56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논은 쌀을 생산하는 역할뿐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쌀을 포기하는 것은 9조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56조원의 가치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며, 그랬을 때 대가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밥 한끼를 먹을 때 내는 공기밥 1천원은 실제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 농부들입니다. 그런데 농부들은 먹고살기가 힘이 듭니다.
2. 도시와 시민
요즘은 장을 보기가 참 편해졌습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대형마트는 차를 몰고 다니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쯤 차를 몰로 마트로 가서 한보따리를 사와 냉장고에 재어놓습니다. 그러다보면 미처 못 먹고 버리는 것도 생기고, 먹을 것이 넘쳐 다소 많이 먹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친환경농산물을 찾습니다. 무농약, 유기농 마크가 찍혀있는 농산물이 그나마 좋을 것 같고, 좀 비싸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서 친환경농산물을 먹습니다.
작년 초 전 세계 곡물가가 폭등을 했습니다. 쌀, 밀가루, 콩, 옥수수가격이 폭등하여 전 세계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그렇게 난리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주식인 쌀이 영향을 안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쌀이 자급되고 있어 국제 곡물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위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는 농업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의 위기를 자신의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대부분이 부모님들은 농사를 짓거나 지었던 세대일텐데 농업이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이 안쓰럽고, 이제 농사일 그만두고 편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영화 워낭소리의 아들, 딸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도시자체가 가진 다양한 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산업화로 과밀화된 도시는 자기 순환구조를 잃어버렸습니다. 도시는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그만큼 많은 쓰레기와 폐기물을 만들어냅니다. 가장 쉽게 일상에서 항상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와 소변, 대변이 있습니다. 원래 전통적인 우리농업에서 똥, 오줌은 아주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흙에서 나온 작물을 먹고 배출한 폐기물을 다시 돌려보내 흙에 힘을 주는 자원이었지요. 이것을 유기순환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는 공동체를 형성하며 발전해왔습니다. 농사는 힘을 모아야 하고, 그랬을 때 공동체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공동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족 여가활동도 다양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컴퓨터하기 바쁘고, 휴일이면 TV보느라 정신없는 아빠들입니다.
3. 도시농업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농사를 짓자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생태교육하면 의례 숲과 곤충체험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농사만큼 좋은 생태교육이 있을까요? 농사는 자신이 가꾸는 만큼 작물을 얻을 수 있으며, 텃밭은 하나의 작은 생태계가 됩니다. 물론 자연의 힘만으로 작물을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거름도 만들어 자급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자연스레 유기순환의 삶을 살게 됩니다.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오줌을 받습니다. 오줌은 비료 중에 가장 중요한 질소가 아주 많이 들어있어 그 자체가 비료가 됩니다. 페트병 같은 곳에 받아 일주일 이상 뚜껑을 받고 발효를 시킨 후 물에 5배 희석하여 텃밭에 주면 아주 좋은 액비(액체비료)가 됩니다. 오줌을 거름으로 쓰면 변기에 물도 절약할 뿐 아니라 자원을 아끼게 되는 것이지요.
농사는 1년 주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평생을 지어도 수십번 밖에 못 짓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며, 경험이 중요합니다. 텃밭의 경험이 많아질 수록 생명에 대한 앎도 깊어집니다. 특히 작물은 그 종류마다 다루는 법이 천차만별이며, 잡초와 텃밭의 벌레들, 땅속에 지렁이들까지 생태계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오면 흙을 만지고 작물을 가꾸면서 아이들 또한 변하게 됩니다. 평소 먹지 않던 채소들도 자기가 기르고 가꾼 것은 잘 먹게 됩니다. 가족들이 함께 텃밭에 오면 가족문화도 생기고 평소 못하던 대화도 하게 됩니다. 특히 노인들은 농사 경험이 풍부해 자연스레 작물재배에 대해 묻게 되고 소통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함께 텃밭을 하는 이웃텃밭과의 소통도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입니다.
4. 도시텃밭을 만들자
도시에 농지가 부족하여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지의 보존일 것입니다. 개발의 논리로 점차 사라지는 농지를 절대농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활용할 수 있는 국공유지에 대한 조사와 공공텃밭조성을 해야할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놀고 있는 땅이 정말 많습니다. 심지어 공원에도 농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곳, 바로 옥상이 있습니다. 최근 옥상녹화에 대한 지원이 활발합니다. 그 비용이 적은 것은 아니나, 도시의 땅 한 평을 사려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듭니다. 옥상녹화 시 텃밭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옥상정원은 보기에는 좋으나 그저 잠깐 쉬는 공간일 뿐입니다. 그러나 텃밭을 조성하면 아주 활동적인 공간이 됩니다. 조성비, 유지비 또한 옥상정원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가정에서는 땅이 없으면 흙을 담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 화분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봅시다. 상자텃밭은 그 활용도가 아주 큽니다. 이동도 가능하고 가까운 곳에서 가꿀 수 있어 관리도 편리합니다. 땅이 없는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햇볕이 드는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초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농사입니다.
도시텃밭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자텃밭에 작은 빈 땅에 마을 공터에 우리 집 옥상에 작물을 길러보세요. 조그만 시작이 삶을 변화시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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