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도 비둘기도 아닌 도시의 저 새는?
적응력과 생명력 강한 텃새, 직박구리
[서울톡톡] "저 새, 저거 대단한 샙니다. 까치하고도 당당히 맞서던 걸요"
"까치는 독수리나 말똥가리, 솔부엉이 같은 맹금류들도 꺼리는 텃새인데 정말 대단하군요"
며칠 전 50대로 보이는 주민 두 사람이 작은 열매를 따먹고 있는 직박구리들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초겨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 뒷길에서였다. 길가에 서있는 높다란 나무에는 작고 노란 열매들이 촘촘히 열려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열매가 달린 넝쿨식물이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것이었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까치 몇 마리가 깍깍거리고 있었지만 열매를 따먹는 직박구리들은 까치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50대 주민의 말에 의하면 지난여름 아파트 단지 화단에 있는 직박구리 둥지 근처에서 까치와 직박구리의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마침 새끼를 치고 있던 직박구리 둥지에 접근한 까치 한 마리에게 직박구리 두 마리가 겁도 없이 덤벼들더라는 것이다. 싸움의 승리자는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들의 용감한 공격에 까치도 당해내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더라는 것이다.
날씨가 싸늘해진 초겨울 서울의 공원이나 숲길, 아파트 화단 등에서 비둘기, 까치와 함께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새가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들은 몇 마리씩 떼를 지어 숲속에서 먹이사냥을 하거나 짹짹거리며 생활을 한다. 번식기가 아닌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새들이 지저귀지 않는다. 그러나 직박구리는 예외다. 겨울철에 숲속에서 특유의 조금 탁한 소리로 '찌익~ 찌익~'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면 틀림없는 직박구리 무리다.
참새목 직박구리과에 속하는 직박구리는 몸길이가 약 27.5cm.(참새:14cm. 어치:34cm, 까치:45cm)로 참새보다는 거의 곱이나 크지만 어치보다는 조금 작고, 까치보다는 훨씬 작다. 도시나 농촌, 산이나 해안 등의 잡목림이나 활엽수림이 있는 곳에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새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중부이남 지역에서 흔히 번식하는 텃새다.
색깔은 몸 전체가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이다. 머리는 파란빛이 약간 도는 회색이고 귀 근처에 밤색 얼룩무늬가 보인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별로 곱지 않은 목소리로 시끄럽게 지저귀는데 겨울철에는 보통 평지로 내려와 마을부근 나무에서 3∼6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여름철에는 암수가 함께 살고 이동할 때는 40∼50마리에서 수백 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를 지을 때도 있다.
주로 나무 위에서 살며 땅 위에 내려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날 때는 날개를 퍼덕여 날아오른 뒤 날개를 몸 옆에 착 붙이고 곡선을 그리면서 오르락내리락 날아간다. 날 때에도 잘 지저귀며 1마리가 지저귀면 다른 개체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어 무리를 이루는 습성이 있다.
또한 잡목림이나 활엽수림 또는 키가 큰 관목림에 나뭇가지나 껍질, 마른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를 튼다. 먹이가 풍부하고 녹음이 짙은 5∼6월에 4∼5개의 알을 낳아 새끼를 친다. 먹이는 여름에는 동물성인 곤충을 잡아먹지만 겨울철에는 나무나 식물의 열매를 먹는다. 계절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요즘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
"아, 그 시끄러운 새 말씀이군요. 적응력과 생명력이 아주 뛰어난 샙니다. 서울에서는 도심거리의 가로수에도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는 새니까요"
예전에 직박구리에 대한 자문을 받고자 경희대학교 윤무부 교수에게 전화했을 때 대뜸 대답한 말이다. 윤교수의 말에 의하면 근래 참새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참새는 초가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사는 습성이 있는데 농촌의 초가집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서식환경이 나빠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응력과 생명력이 뛰어난 직박구리는 개체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의 빨갛고 노란 작은 열매들을 따먹으며 겨울을 나는 새들은 대부분 직박구리인 것을 볼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생명력, 더구나 강한 체력으로 까치와도 당당히 맞서 새끼를 지켜내는 직박구리는 대도시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텃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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