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거제도 천장산 아래 해안에서는 봄꽃 향기가 짙어가는 이맘때면 숭어잡이로 바쁘다. 숭어는 예부터 ‘육소장망’이란 전통 어법으로 잡는다. 여섯척의 배가 좌우로 세척씩 진을 짜듯 벌리고 서 있다가 숭어떼가 들어온다는 신호가 떨어지면 빈틈없이 에워싸면서 고기를 잡아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숭어는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마는데, 한번에 많게는 2만마리까지 건져올린다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방별로 어림잡아도 100개가 훨씬 넘는다. 전라도 영산강변에서는 성장 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라고 불리고 강진에서는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라고 부른다. 그만큼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많이 잡히는 생선이라는 뜻일 텐데 맛으로 꼽자면 영산강 하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모든 진미(珍味)가 그렇듯 이곳에서 잡은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의 3대 별미’로 일컬을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 숭어 맛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서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심심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고 했다. 전해오는 말에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지만, 이는 참숭어 얘기일 뿐 가숭어는 오히려 여름철에 가장 맛이 좋다. 북한의 여름철 보양식품인 대동강 숭어국은 아마도 가숭어로 만들지 않나 싶다. 평양에서는 여름철 대동강에서 숭어가 많이 잡히는 까닭에 숭어찜, 숭어회, 숭어양념장구이 등 다양한 숭어 요리를 즐겨 먹는다.
숭어는 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살찌게 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고 ‘방약합편’에도 “백약(百藥)을 꺼리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기록했다. ‘난호어목지’도 “숭어를 먹으면 비장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며 그 맛과 효능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숭어에는 히스티딘, 타우린, 글리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은 물론 비타민과 칼슘, 철 등 무기질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흔히 숭어는 싱싱한 회나 얼큰한 매운탕으로 먹게 되는데, 매운탕을 끓일 경우엔 대가리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 해서 생선은 대가리 부분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숭어는 예외다. 숭어는 대가리를 넣고 끓이면 흙내가 심하게 나서 음식맛이 나빠질 수 있다. 옛날엔 숭어를 구덕구덕 말려 식초를 바른 후 구워 먹거나 봄나물을 넣고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고 한다. 해남에서는 숭어알로 ‘어란’을 만들었는데 워낙 귀한 음식이라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갓집에서 술안주로 먹었다.
〈조성태 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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