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3 03:00
지구 인구 9명 중 1명은 깨끗한 물 마시지 못해
"물 국제 분쟁도 점점 격화… 인류 최대 난제로 떠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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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디토 브라가 세계물위원회(WWC) 위원장이 1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제7차 세계물포럼’에 참석, 대구시가 수돗물로 만든 병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수력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선 작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자, 올 1월부터 최고 단계의 전력 요금을 적용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경기도 파주, 강원 영동 등을 중심으로 40여년 만에 비가 가장 적게 내리는 등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물 전쟁, 시작됐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뭄과 물 부족 현상은 "앞으로 피해가 더 확산되고, 더 심각해지면서 물을 둘러싼 국제적 분쟁도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변희룡 부경대 교수(전 기상학회장)는 "물 부족과 안전한 물 확보 문제는 인류 최대의 난제"라며 "유엔을 비롯한 세계 유수 전문기관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해온 '물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영토 전쟁' '에너지 전쟁'에 이어, 이제는 인류가 '물 전쟁' 국면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당면한 물 문제도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 9명 중 한 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수인성 질병으로 20초당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1년간 물을 긷는 데 들이는 시간은 총 400억 시간에 달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용 가능한 물은 전체 수자원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미 캘리포니아와 우리나라의 극심한 가뭄 현상에서 보듯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앞으로 한정된 수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적 분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구 전체의 물 부존량은 약 13억8600만㎦로 추정된다. 이 중 바닷물과 빙하·만년설 등을 제외하고, 인류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강물이나 지하수 등은 약 1100만㎦(0.77%)에 불과한 실정이다. '0.77%의 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세계물위원회(WWC)가 개최하는 '제7차 세계물포럼'이 1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국내외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개회식 기념사를 통해 "70년간 지속된 (남북한) 긴장 관계를 남북을 잇는 물길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면서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세계물포럼을 통해 물과 관련된 국제 분쟁의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앞당겨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세계물포럼은 WWC가 3년마다 여는 물 관련 세계 최대 행사로, '물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7차 물포럼은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Our Future)'이라는 주제로 대구 엑스코와 경주 하이코(HICO)에서 17일까지 6일간 열린다. 세계물포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물포럼 기간 중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된 400여개 프로그램에서 '안전한 물' '물 부족' '상·하수도 시설 개선' 등 물과 관련된 현안이 논의된다. 총 170여 개국에서 연인원 3만5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디토 브라가 세계물위원회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물은 교통수단이면서 식량 안보의 핵심이 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물 확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각국 정부는 물 안보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