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농부이야기

자연을 담은 도시 장터 ‘마르쉐@혜화’

옥상사랑 2015. 4. 23. 09:41

자연을 담은 도시 장터 ‘마르쉐@혜화’

함께서울 착한경제(20)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음식장터, 마르쉐@혜화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

몸에 좋은 음식은 맛도, 멋도 없다? 건강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면, 매달 둘째 주 일요일 대학로에 가보자. 소담스럽게 담겨 있는 제철 농산물, 자연을 닮은 수공예품, 보기에도 멋스런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른 새벽부터 물건을 손수 준비해온 농부와 요리사에게 직접 구매하며, 덤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정을 나누는 시장, ‘마르쉐 @ 혜화’를 찾아가 보았다.

눈도 입도 즐거운 건강한 먹거리

“제가 지금 한 두 바퀴 돌아봤는데, 색감이 머릿속에 아른거려 제대로 느껴보려고요. 평소 잘 접해보지 않는 거라, 한번 맛도 보고 싶어 샀는데 정말 괜찮네요.”

신경숙 씨 모녀가 꽃 샐러드를 시식하고 있다

신경숙 씨 모녀가 꽃 샐러드를 시식하고 있다

강릉에서 왔다는 신경숙 씨는 지나다 우연히 들렀다는데, 마르쉐 분위기에 폭 빠진 눈치다. 함께 하는 모녀의 모습이 샐러드 속 봄꽃만큼이나 화사하다. 노란 꽃이 상큼한 샐러드는 배추꽃 샐러드라는데, 마르쉐의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르쉐@혜화에서는 이처럼 눈도 입도 즐거운 다양한 먹거리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봄빛을 담은 케이크와 들풀 들꽃 샐러드, 화전, 야생초 김밥, 나물 반찬과 두부카나페, 곤드레나물밥, 찰강냉이범벅, 샌드위치와 각종 건강 빵, 수제 치즈나 요거트, 각종 피클이나 장아찌, 페스토나 수제 잼, 차, 에이드, 샹그리아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모두 유기농 건강 재료로 화학 첨가물 없이 손맛을 더해, 제대로 숙성시키고, 발효시켜 만든 음식들이다. 정체불명의 식재료와 조미료 범벅의 여느 시장 음식과 달리, 건강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집 근처라 오며 가며 보고, 마르쉐 SNS에 ‘좋아요’도 해놨거든요. 유기농에 관심도 있고, 환경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축제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서 착한 소비를 할 수 있어 좋은 거 같아요.”

맛 좋은 햄버거를 구입한 경리나씨

맛 좋은 햄버거를 구입한 경리나씨

경리나씨는 동생 부부와 함께 마르쉐를 찾았다.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달키친의 달버거를 샀다. 달버거는 통밀빵에, 곡물 채소로 만든 버거와 각종 채소, 수제 브라운소스로 건강하게 만든 마르쉐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덕분에 줄고 길고, 일찌감치 매진된다. 경리나씨도 평소에 늘 허탕을 치곤했다는 데, 이날은 개장시간에 맞춰와 살 수 있었단다. 이처럼 마르쉐에서 장을 보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서울의 가장 인기 있는 시민시장인 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 데다, 단골도 많기 때문이다. 공원 곳곳에선 장바구니와 개인 식기류와 돗자리를 지참하고 제대로 마르쉐를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농부와 소비자가 정을 나누는 시장

“저희는 경상북도 봉화에 있는 대안학교 ‘내일학교’인데요. 조류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릴 때도 끄떡없을 정도로 깊은 산 속 청정지역에 있어요. 학생들 인성교육의 하나로 농장을 운영하는데, 아이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모이를 주고 닭을 키우고 달걀을 주워 회원 분들에게 판매하고 있죠. 마르쉐에는 2년 전부터 참가해왔는데, 오늘은 저희 선생님들만 왔지만 아이들도 함께 옵니다.”

내일학교 교사 김은영씨는 직접 생산한 농작물들을 판매한다

내일학교 교사 김은영씨는 직접 생산한 농작물들을 판매한다

내일학교 교사 김은영씨는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왔는데도, 유정란과 구운 계란, 닭고기 쌈 등을 준비해왔다. 내일학교 청소년들이 자급자족하는 삶을 배우고 자연 순환의 이치를 깨우치는 농장에서 나온 것들이라니, 더욱 건강해 보인다. 이처럼 마르쉐에서는 방사 유정란을 비롯해, 제철 채소나 들나물, 곡물, 허브, 과일 등 음식재료는 물론, 천연양념류나 순두부, 모종도 판매되고 있다. 모두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건강하게 재배한 것들인데, 손수 키운 농부가 직접 판매하니 더욱 믿음이 간다.

“귀농할 때부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제철 채소부터 재배해보자고 했어요. 우리 가족이 먹을 것들이니, 당연히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도 사용하지 않고, 늘 연구하면서 더 건강하게 키우려 하죠. 비닐 런칭도 하지 않고, 저희 부부 둘이서 할 수 있는 양만 그렇게 꾸려 나가려 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조금씩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판로가 걱정이었죠. 마침 마르쉐를 알게 되어 참여해왔는데 저희한테는 딱 맞는 시장이에요. 마르쉐에 오시는 분들은 가격보다는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세요. 그러다 보니 쉽게 단골이 되더라고요. 고정손님들이 오시게 되니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생산자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죠. 마르쉐 중에서도 저희를 보려고 찾는 분들도 계신데, 농사지으면서 그런 분들 만나면 고맙기도 하고, 힘도 되죠.”

귀농 3년차 농부, 오남도씨의 꽃비원 농장 채소들이 시장에 나왔다

귀농 3년차 농부, 오남도씨의 꽃비원 농장 채소들이 시장에 나왔다

논산 ‘꽃비원 농장’ 오남도씨는 귀농 3년 차 농부다. 한 달에 한 번 이곳 마르쉐에서 도시소비자와 만나, 안부도 묻고 이야기도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 꽃비원 농장의 테이블에는 미니로메인, 달래, 쑥, 냉이, 미나리, 두릅, 민들레, 취나물, 쪽파, 래디시 등 푸성귀들이 가득했다. 4월의 마르쉐@혜화에서는 이처럼 봄을 담은 풀들을 특히 많이 볼 수 있었다. 마르쉐에서는 씨앗, 열매, 알곡, 선물 등 다달이 주제를 가지고 개최하는데, 이달의 주제가 바로 ‘풀’이었기 때문. 일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허브 종류나 이색 채소들과 요리법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문화와 어울림 있는 시장

마르쉐에서는 각종 플라워 상품이나 수제 공책, 도자그릇, 앞치마나 가방, 주방천 같은 페브릭 제품, 양초, 나무 도마, 천연 비누 등 각종 수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한쪽에선 작은 공연도 펼쳐지는데, 이날은 듣는 사람의 마음 속 화분에 노래꽃을 피우는 밴드 ‘화분’과 함께했다. 한결 따사로워진 봄볕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천연샴푸와 천연클렌징의 제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천연샴푸와 천연클렌징의 제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마르쉐에서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여성환경연대 김민재씨는 천연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천연 샴푸와 폼클렌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생활 속 합성계면활성제 문제를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이처럼 다달이 주제를 달리하여, 천연 모기퇴치제, 치약, 에센스, 바디오일 등을 만들어 보는 ‘살림 워크숍’을 진행한다.

마르쉐는 서울의 시민시장, 프리마켓 중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이다. 구경꾼보다 실제 장보고 맛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더 많은 시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곳 마르쉐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2012년 10월 첫 선을 보인 이래, 농부와 요리사 · 수공예 작가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직거래 장터로, 이야기가 있는 믿을 수 있는 장터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일회용품 대신 장바구니와 식기류 등을 준비해와, 친환경적 삶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또 다른 비결은 구석구석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판매 물품들의 담긴 모양조차 예사롭지 않은데, 마르쉐의 집기들은 모두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제철 채소 하나를 사도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인기비결은 소통을 중시하는 마르쉐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마르쉐는 출전팀 간에 안부를 나누며 시작해 뒤풀이로 마무리하는 마르쉐 @ 소통의 시간을 지켜오고 있다. 농부와 요리사의 협업을 만들어내고, 판매보다는 도시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기에, 마르쉐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마르쉐@혜화는 매달 둘째주 일요일 11시부터 열린다

마르쉐@혜화는 매달 둘째주 일요일 11시부터 열린다

마르쉐@혜화는 매달 둘째 주 일요일 11시부터 마로니에공원 예술가의 집 일대에서 열린다. 5월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면, 이번 주 토요일 명동성당을 찾아가 보자. 명동성당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춰 ‘마르쉐@1898 명동’이 열리는데, 그 첫 번째 봄장이 25일 개최된다.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장터라는 뜻으로, 뒤에 “@혜화’와 같이 장소 이름을 붙여 어디서 열리는지 나타내고 있다. 이곳 혜화 뿐 아니라 명동이나 서울의 곳곳에서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마르쉐@ 홈페이지 (marcheat.net)나 페이스북 (www.facebook.com/groups/marche.korea)을 참고해 찾아가면 된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Tag마로니에공원,마르쉐,마르쉐@혜화,이현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