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과 수세미, 우리 마을에만 있어요~
다큐~ 마을공동체 ⑫ 영등포구 대림1동 <조롱박 수세미 마을>
[서울톡톡] "신나죠. 다른 마을엔 없는 식물이 집집마다 한두 그루씩 자라고, 주민센터에서 건너편 건물까지 매어 놓은 줄을 타고 이 식물들이 자라 멋진 아치를 이뤘습니다. 그뿐인가요, 동네 어린이공원엔 이 식물이 만든 긴 터널이 두 개나 만들어져 한여름과 가을 동안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됐습니다. 바야흐로 대림1동의 명소가 된 거죠."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드물게 조롱박과 수세미를 기르는 마을인 영등포구 대림1동. 그곳에서 만난 한흥석 사업단장(대림 1동 마을공동체사업단)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신명난 그의 동네 자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마을에 생기를 준 '그 무엇' 을 찾아 주민들 고심하다
2011년 마을에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 여느 마을처럼 주택가와 아파트가 적당히 섞여 공존하는 공간이었지만 대림1동은 터줏대감들이 많은, 그래서 마을에 대해 각별함과 애착이 많은 사람들 층이 자못 두터운 '비범한' 동네였다.
당시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흥석씨는 마을 일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나서는 주민자치위원들과 통반장들, 부녀회원들과 함께 마을공동체사업단을 꾸려, 마을을 보다 정겨운 곳으로 만들 아이템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고 마을 안을 들여다보며 다섯 번에 걸친 여론조사와 토론 끝에 마을의 옛 지명인 '원지막'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림1동은 1950년대만 해도 채소밭과 과수원이 많았고, 원두막 또한 무척 많았던 곳이었다. 원지막은 원두막이 많았던 곳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주민들은 채소와 과일이 많았던 그 때처럼 마을에 맞는 '작물'을 키워보면 어떨까 고심하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쉽게 볼 수 없지만 고향처럼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내기에 적합한 '조롱박과 수세미'를 생각해냈다. 조롱박과 수세미는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라는 덩굴성 식물로 같은 마을 안에 사는 주민들도 이처럼 세대와 계층,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 간의 경계를 없애고 서로 화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다.
마을의 상징이 된 조롱박과 수세미를 심고 나누다
생각이 한 곳으로 모아지자 대림1동 마을공동체 사업단은 성공사례로 꼽히는 충북 음성을 두 차례 방문해 조롱박과 수세미 재배 방법을 배웠고, 주민센터 옥상에 비닐하우스로 만든 포트장에서 각각 2,500개의 조롱박과 수세미 모종을 키워냈다. 다른 식물에 비해 다량의 수분을 필요로 하는 조롱박과 수세미는 아침과 저녁으로 꾸준히 물을 주어야만 했다. 3월에 씨앗을 파종해 5월에 주민들에게 모종을 나누어주기 전까지 마을사업단은 물론 주민 200여명이 매일 물을 주는 정성이 보태졌다. 이렇게 잘 키워진 모종들 3,600개가 주민들에게 분양됐고, 나머지는 주민센터 앞마당과 마을 어린이공원인 대림어린이공원에 심겨졌다.
주민들의 관심과 정성, 오뉴월의 햇빛은 조롱박과 수세미를 풍성하게 키웠다. 덕분에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학습장 겸 시원한 놀이터가 됐고, 어른들에게는 고향 마을에 온 듯 향수를 떠올려보는 공간이 탄생하게 됐다. 어느덧 마을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된 이곳에서 매월(하절기 6월-9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무료영화가 상영되어 500여명이 관람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는가 하면 지역의 서울의료생협과 연계해서 주기적으로 노인들의 건강 상담 활동도 펼쳤다.
조롱박과 수세미를 수확해 연 마을축제, 주민들에게 새로운 추억 선사해줘
2011년부터 열렸던 마을축제는 작년엔 더욱 풍성해졌다. '한울타리 조롱박 수세미 축제 한마당', 축제 이름에 마을의 색이 입혀졌다. 조롱박과 수세미를 주제로 유치원생들의 사생대회와 초중고 학생들의 백일장이 열렸다. 또한 가정에서 잘 가꾼 조롱박과 수세미를 사진에 담아 사진 콘테스트도 열었다.
축제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은 조롱박 공예체험, 가훈 써주기, 사군자 무료로 그려주기, 수세미 추출액 시음코너 등 다양한 주민문화체험행사에 즐겁게 참여했고, 축하 공연 및 500명분의 식사도 준비됐다. 흥겨운 마을축제는 마을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기관지와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는 수세미와 배즙, 도라지, 은행을 함께 넣어 만든 수세미 엑기스 100포를 동네 노인정에 전달했고, 수세미 추출물은 저소득 독거노인 162가구에 선물했다. 올해엔 이 추출물로 발효 효소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는 마을기업에 도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올해엔 씨앗을 손수 만들어 싹을 틔우고 길러낸 새로운 식물 '여주' 1,000여 개를 마을 곳곳에 심었다. 당뇨와 성인병에 좋다는 여주는 한 여름을 지나 가을쯤엔 조롱박과 수세미 사이에서 주황색 자태를 뽐내며 주렁주렁 달려 주민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세 번째 마을축제가 열릴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조롱박과 수세미, 여주를 수확하며 작년보다 더 가까워진 이웃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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